친구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 누군가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아, 일하기 싫다. 퇴근하고 싶다.” 평소 같았으면 웃어넘겼을 말입니다. 그런데 그날의 제 대답은 이랬습니다.
“아, 나도.”
평소의 저라면 “은퇴하면 일 없어서 오히려 더 힘들다더라”, “자영업자 어려운 소식 못 들었냐”며 핀잔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최근 몇 달은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요동쳤고, 출장자와 휴가자 공백까지 겹쳤습니다. 종전 협상이 진행되자 이제 밀린 업무가 본격적으로 쏟아질 모습까지 눈에 그려지더군요. 그리고 오전에 열리는 월드컵 경기에 자꾸 휴대폰에 시선을 뺏기는 제 모습도 달갑진 않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피로감이 쌓인 탓에 저도 모르게 "아, 나도"라는 말이 튀어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날 오후, 부장님이 부르셨습니다. 최근 결근이 잦은 직원 한 명이 간접적으로 퇴사 의사를 밝혔다며 이야기를 나눠보라는 지시였습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마지막에 이런 무거운 일은 나한테 시키더라.’
무거운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 직원은 10년 넘게 근무한 장기 근속자였습니다. 평소 성실했고 회사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습니다. 사정을 들어보니 결근의 이유는 단순한 질병이 아니었습니다.
불치병 판정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현재 체중이 30kg대 중반까지 감소해 더 이상 정
상적인 근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더군요.
‘불치병.’ 그 단어를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제 어머니 역시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치료비가 아무리 많아도, 아무리 뛰어난 의사라도 손을 쓸 수 없는 병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무력한지요.
병원 검사를 받느라 결근이 잦아졌고, 동료들에게 늘 미안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장 친하게 지내던 동료에게서 "이제는 그만두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을 들었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고 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직원이 말했습니다. "그래도 지금도 회사 가서 일하고 싶어요."
전화를 끊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오전 시간, 제가 무심코 내뱉었던 “아, 나도 일하기 싫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어찌나 뭉클하고 부끄럽던지요.
감사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절실함에서 우러나온다는 점이 느껴집니다.
오늘 내가 일할 수 있고..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 그리고 평범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
그 당연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소망이라는 점. 다시금 배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