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살 직장인의 생각주머니) 예순 살, 환갑이 되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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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 아버지의 환갑잔치에 다녀온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친구의 큰형은 아버지를 업고 식장을 한 바퀴 돌고, 

하객들은 결승점을 통과한 마라토너를 환영하듯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부모님이 예순 살을 넘겨 장수했다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축하하던 시절이 불과 이십여 년 전의 일입니다. 

그런데 이제 환갑은 고사하고 칠순이나 팔순 잔치도 건너뛰는 세태가 되었으니 상전벽해가 따로 없습니다.

나이 먹는 것에 대한 감흥이 사라진 시대가 된 것입니다. 

감흥은커녕 자기 나이를 외면하거나 저항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갑니다.

 

작년 가을에 환갑을 맞은 저도 그랬습니다. 

십여 명의 가족이 모여 저녁밥을 먹은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그때 저에게는 “환갑=정년퇴직”이라는 의식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직장을 떠나야 하는구나!’, ‘앞으로 어떻게 생계를 이어갈까?’ 하는 생각이 제일 컸습니다.

 

오늘이 퇴직 후 새로운 일을 한 지 5개월 된 날입니다.

퇴직하자마자 그럴듯한 일자리를 얻은 게 복이라는 주변의 말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조직에서, 새로운 일에 적응하는 것은 젊은 사람에게도 힘든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체력과 건강이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그리고 틈틈이 이런 의문이 일어납니다.

언제까지 일해야 하지?

내가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그리고 과연 그 삶을 지속해나갈 수 있을까?

왜 불쑥불쑥 근본 없는 사람처럼 행색이 경박스러워지곤 하는 걸까?

나이가 들수록 평화롭고 행복해져야 하는 거 아닌가?

 

“내 나이 예순, 한 갑자를 다시 만난 시간을 견뎠다.

나의 삶은 모두 그르침에 대한 뉘우침으로 지낸 세월이었다.

이제 지난날을 거두어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이제부터 빈틈없이 나를 닦고 실천하고, 내 본분을 돌아보면서 내게 주어진 삶을 다시 나아가고자 한다.”

정약용 <자찬묘지명>에서. 조윤제의 『다산의 마지막 습관』엣 재인용함.

 

우리나라 최고의 학자인 다산 정약용은 자신의 찬란했던 삶조차 잘못 살았다고 뉘우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 주어지는 예순 이후의 삶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다산의 모습은 아마 그가 말한 ‘새로 주어지는 삶’을 다시 시작한 노력의 결실일 것입니다.

 

다산의 고백과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품었던 예순 살의 부조리는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산은 저의 예순 살 삶은 마냥 부끄러운 것만도 아니라고 위로합니다. 

그리고 퇴직 이후, 예순 살 넘어 맞닥트려야 할 불편한 삶도 다시 시작할 가치가 있다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저를 북돋아 줍니다.



K People Focus 김황종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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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종 칼럼니스트 기자 yc1401@naver.com
작성 2026.07.05 22:46 수정 2026.07.0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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