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해보자.”
아내와 딸아이의 눈치싸움 시작입니다. 딸아이가 받아쓰기 시험에서 60점을 받아왔습니다. 수학은 두 살어린 동생한테도 핀잔을 받을 정도로 숫자 감각이 떨어집니다. 저는 대수롭지 않게 넘깁니다. 하지만 아내는 겉으로 드러내진 않아도 답답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초등교사인 아내는 어릴 적부터 공부를 잘했습니다. 지금도 학창 시절 최상위권을 휩쓸다시피 했던 무용담을 늘어놓습니다. 20여 년 전 고위 교육공무원으로부터 받은 기념품을 거실에 장식해 둘 정도로 ‘공부부심’이 있는 편입니다.
반면 저는 태평한(?) 축에 속합니다. 학창 시절, 70점이면 아쉽고, 80~85점이면 “이 정도면 됐다”고 만족하던 학생이었습니다. 60점 아래로 떨어질 때만 긴장했을 뿐, 더 높은 점수를 위해 이를 악물고 공부했던 기억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내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저를 바라볼 때면 뜨끔해집니다. 딸아이의 공부머리는 아빠의 DNA가 한 몫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며칠 뒤 받아쓰기 80점을 받았다고 달려와 자랑하던 모습이 사랑스러울 뿐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80점이면 잘하는 걸까요? 아니면 못하는 걸까요? 아마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에 따라 답은 달라질 것입니다. 누구와 비교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테고요.
우리 부부는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습니다. 국영수 학원도 보내지 않습니다. 지금은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기만 해도 충분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A.I가 인간의 많은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도 사교육 열기는 식을 줄 모릅니다. 여전히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더 앞서가게 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물론 공부가 전부는 아니라는 말에 대부분 고개를 끄덕입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어려서 그렇지, 중-고등학교 진학할때에도 학원 안보내는 걸 마치 자랑처럼 늘어놓을 수 있을까요.
점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일희일비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 교육 가치관은 무엇인지 떠올려 봅니다. 좋은 성적을 얻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건지, 아니면 스스로 배우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것인지 말입니다.
80점이 잘한 건아요. 못한건가요. 모르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점수의 기준은 시대마다, 사람마다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떤 시대가 오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배우려는 마음, 스스로 생각하는 힘, 그리고 넘어져도 다시 해보는 태도 아닐까요.
그리고 이 태도는 비단 '공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딸아이의 받아쓰기 60점, 무딘 숫자감각을 보며, 제 교육관은 무엇일까 떠올려 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자녀를 키우며 어떤 가치관을 품고 계시는지 궁금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