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오월의 안과 밖

전나문

 

오월의 안과 밖

 

 

오월의 이팝나무꽃은 가난보다 희다

 

허기를 물린 밥상에

밥알처럼 흩어지는 꽃잎

꾹꾹 뭉쳐 한입 베어 먹는다

 

새벽안개에 반쯤 가려진 채

옆구리에서부터 사라져 가던 얼굴들

물길 따라 저물고

오월의 바깥은 꽃과 벌의 

수간을 놓던 긴 해에 눈이 시렸다

 

여러 해를 시대의 가난 위를 걷기도 했다

 

동상에 헌 뒤꿈치 해져 절뚝거리는 시간

절박함은 천형으로 무릎을 때렸다

아스팔트 위를 선회하는

간절함은 봄바람 속에서 하얗게 흩어졌다

허기진 목소리도 이토록 희진 않았다

그 후

내 안의 언어는 꽃의 배열과 청년들의 발자국이

기하학적으로 시간을 밟고 나갔다 

 

모진 시간의 귀가 봄비에 무뎌져 가고

나무마다 여름이 묻어날 즈음

어머니는 고향을 찾으신 후 산바람이 되었다

그 후

나의 시간은 유리 위를 걸었다

 

고목이 된 시간, 

어머니가 살던 집엔 누군가 산다

바지랑대 끝에서 바스스 떠는 바람

실개천을 밝힌 이팝나무꽃도

아득한 시절 그 가난보다 희진 않았다 

 

 

[전나문]

2025년 『월간시인』 등단. 

시집 『느린 편지』. 

동서문학상, 

한국청소년신문사 문예대상 등 수상.

작성 2026.07.20 08:57 수정 2026.07.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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