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멀리서 보면

정서윤

 

멀리서 보면 

 

 

우리는 처음부터 어딘가 닮아 있었다

나는 매일 조금씩 짐을 풀었고

너는 그런 나를 기다렸다

 

거리는 매일 바뀌었고

무언가 흐르고 있는 듯했지만

정확히 무엇이 달라지고 있었는지 모르는 채

아주 조용히

그 안에서 너와 마주쳤다

 

낯선 길 위에서

너는 내 중심을 붙잡아주었으므로

흔들림 위에 익숙해졌고

불완전함이 주는 자유를 사랑하게 됐다

 

버려진 것과 스스로 떠난 것 사이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졌다가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그곳에 서있는 것이다

 

하루를 눌러 담은 책갈피를 공유하면서

커피를 내리고

너는 말없이 손을 내밀고

긴 여행의 작은 쉼표 같은

우리만 아는 노래가 있었고

 

스스로의 방향이 되어갔다

 

 

[정서윤]

2019년 『월간 시』 등단

『여행인문학』 편집위원

시집 『유리병 속의 팔레트』

작성 2026.07.22 09:28 수정 2026.07.2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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