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면
우리는 처음부터 어딘가 닮아 있었다
나는 매일 조금씩 짐을 풀었고
너는 그런 나를 기다렸다
거리는 매일 바뀌었고
무언가 흐르고 있는 듯했지만
정확히 무엇이 달라지고 있었는지 모르는 채
아주 조용히
그 안에서 너와 마주쳤다
낯선 길 위에서
너는 내 중심을 붙잡아주었으므로
흔들림 위에 익숙해졌고
불완전함이 주는 자유를 사랑하게 됐다
버려진 것과 스스로 떠난 것 사이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졌다가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그곳에 서있는 것이다
하루를 눌러 담은 책갈피를 공유하면서
커피를 내리고
너는 말없이 손을 내밀고
긴 여행의 작은 쉼표 같은
우리만 아는 노래가 있었고
스스로의 방향이 되어갔다

[정서윤]
2019년 『월간 시』 등단
『여행인문학』 편집위원
시집 『유리병 속의 팔레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