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영의 삶과 시 사이] 참외 서리

이장영

 

참외 서리

 

 

계속되던 장마는 끝이 났건만

찜통더위에 한밤중에도 열대야

계곡물 소리가 발길을 유혹하는데

뒤따르던 꼬맹이가 앞장서 뛰어드네

 

그 옛날 어린 시절 고향에서는

마당에 멍석 깔고 모깃불을 피운다며

옥수수를 구워 먹다 검둥이가 되었고

울타리로 기어가 복숭아를 따 들고는

밤중에도 개울로 달려가 텀벙댔었는데

 

허기진 배로 참외밭을 지나려니

형들이 내게 원두막에 다가가 살피면

참외를 많이 따다가 나눠 준다기에

살며시 원두막 밑으로 들어가는데

부스럭거리며 위에서 더운 비가 내린다

 

비명에 놀라 뛰어 내려온 할아버지

내 얼굴을 알아보고 미안해하시면서

양손에 하나씩 참외를 쥐여 주신다

오줌 비를 맞으며 얻어먹던 참외 맛

아련하게 떠오르는 나의 참외 서리

 

 

[이장영]

시인

칼럼니스트

일어통역사

부동산개발 대표

작성 2026.07.31 09:22 수정 2026.07.3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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