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이길 자는 없다


음양론(陰陽論)은 우주나 인간 사회의 모든 현상과 생성소멸을 음과 양의 관계로 설명하는 역리론(易理論)이다. 음과 양은 서로 의존 관계에 있으므로 홀로 독립되어 있을 수 없다. 음양(陰陽) 사상은 상대적으로 사물을 파악한다는 점에서 우수한 과학적 사상이기도 하며 철학적 사상이기도 하다. 음양은 만물과 천지의 근본이자 기강인 것은 물론이고, 변화의 모체이자 삶과 죽음(生殺)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음양론은 음과 양이 상호 대립하고 교감하면서 정립된다고 본다. 음양이라는 개념은 처음에는 주역에서 차용해 왔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시간은 음양의 순환론으로 변했고, 공간은 음양의 평형론으로 변했다.


이런 음양사상은 중국과의 교류가 시작되면서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문헌에 나타나는 것은 고구려 유리왕 29년이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모천(矛川)이라는 천(川)에서 흑와(黑蛙, 검은 개구리)와 적와(赤蛙, 붉은 개구리)가 떼를 지어 싸우다가 흑와 떼가 전멸하고 말았다. 이를 두고 신관(神官)이 말하기를 흑(黑)은 북방의 색이니 북부여가 패망할 징조다.”라고 말한 데서도 알 수 있듯, 부여가 망하기 전에 이미 음양오행 사상이 우리 조상들에게 널리 퍼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AI image.antnews제공>

음양은 천지의 근본이요 만물의 기강이요 변화의 부모요 생살(生殺)의 시작이요 신명(神明)의 집이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음양론을 떠나서 만물의 생성 변화를 설명할 수는 없다. 중국 송나라의 사상가 소옹(邵雍)은 『관물외편(觀物外篇)』에서 “일음일양(一陰一陽)은 천지의 도(道)인데 만물(物)은 음양으로 작용하면서 생기고 음양의 작용으로 전변(轉變)한다.”고 하였다.

 

그런 음과 양은 서로 의존 관계에 있다. 양은 홀로 설 수 없고 반드시 음을 얻은 후에 설 수 있기 때문에 양은 음을 기(基)로 삼고, 음은 스스로 나타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양을 얻은 후에 나타난다. 또 음과 양의 본성을 설명하면서 음은 응결하고 모이는 성질이 있는데 반해 양은 발산하는 성질이 있다고 한다. 이런 이치를 구름에 비유해 말하면, 구름이 응결하면 음(陰)이 되어 비가 내리게 되지만 양(陽)을 만나면 그 구름이 흩어져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천둥과 번개는 음이 모여 흩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 음(陰) 안에 있는 양(陽)이 나갈 구멍을 잃고 막혀 있다가 별안간 음을 뚫고 밖으로 분출하는 현상을 말하고, 반대로 밖에 있는 양(陽)이 응결해 있는 음(陰)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세찬 바람이 일어나는데 그것을 회오리바람이라고 한다. 모든 자연 현상은 이런 음양의 본성과 상호작용을 떠나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음양의 상호 관계에 따라 천지가 변하게 되는데 그 변화의 양상을 수(水), 목(木), 화(火), 토(土), 금(金)이라는 다섯 가지 유형으로 표현한 것이 오행(五行)이다.

 

그런 오행이 최초로 나타난 문헌은 『서경(書經)』의 홍범구주(洪範九疇)인데 수(水)는 순음(純陰)의 상태를 말하고, 목(木)은 순음 가운데에서 최초로 태어난 양(陽)을 말하며, 화(火)는 양이 자랄 대로 자라서 순양(純陽)인 상태를 말한다. 새로 태어난 음은 차츰 자라서 순음(純陰)이 되고 음이 극(極)하면 그 안에서 양을 낳으며, 그 양이 차츰 자라서 순양(純陽)이 되고 양이 극(極)하면 그 안에서 음을 낳으며, 그 음이 차츰 자라 순음이 된다.

 

이런 변화의 원리를 순서대로 표시하면 수(水), 목(木), 화(火), 토(土), 금(金)의 반복이 된다. 여기서 주역(周易)의 수생목(水生木), 목생화(木生火), 화생토(火生土), 토생금(土生金), 금생수(金生水)라는 상생론(相生論)과 목극토(木剋土), 토극수(土剋水), 수극화(水剋火), 화극금(火剋金), 금극목(金剋木)이라는 상극론(相剋論)이 나오게 되었다.

 

이렇게 음양론(陰陽論)과 오행론(五行論)은 하늘의 천변론(天變論)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변화론이므로 우주가 존속하는 한 영원히 변하지 않을 천리(天理)이다. 따라서 이런 천리에 순행(純行)하는 자는 무난한 삶을 살아갈 것이요, 역행(逆行)하는 자는 우여곡절(迂餘曲折)을 많이 겪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예부터 하늘을 이길 자는 없다고 했다.

 

-손 영일 컬럼



작성 2026.08.21 08:13 수정 2026.08.2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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