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의 일상은 빠르고 편리해졌지만 자연과의 접점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건물 안에서 보내고,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지 직접 경험하는 기회도 많지 않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자연을 체험하고 흙을 가까이하는 활동은 새로운 여가 문화이자 삶의 균형을 찾는 방식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충청남도 보령시 남포면 옥서저수지 인근 산자락에는 이러한 흐름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한 농부가 있다. 보령 실험실습 농장을 운영하는 박석용 농부는 은퇴 이후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직접 농사를 짓고 체험 중심의 농업을 실현하기 위해 산속 농장을 일구고 있다.
그가 선택한 길은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자연 속에서 직접 배우고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 도시민들에게 농업의 가치와 쉼의 의미를 함께 전달하는 것이 현재 그의 가장 큰 목표다.
첫걸음은 선친에게 물려받은 농지에서 시작됐다.
2021년 직장 생활을 마무리한 박석용 농부는 새로운 삶의 방향을 고민하던 끝에 보령 남포면 산자락에 있던 토지를 본격적으로 가꾸기 시작했다. 접근성이 뛰어난 평지가 아닌 경사가 심한 산비탈이었지만 그는 오히려 그 환경이 자연 그대로의 농업을 실천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농기계 진입이 쉽지 않은 지형은 작업의 대부분을 사람의 손으로 해결해야 하는 조건이었다. 비료와 자재를 직접 운반하고, 경사진 밭을 관리하며, 계절마다 반복되는 작업을 하나씩 수행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의 흐름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말한다.
박 농부는 "몸으로 부딪치며 배우는 경험이 가장 큰 자산이었다"고 회상한다.
실험과 실습을 통해 배우는 농업이 농장의 철학이 되었다.
보령 실험실습 농장이라는 이름에는 박석용 농부가 추구하는 운영 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농업을 단순히 이론으로 배우는 분야가 아니라 직접 경험하고 관찰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같은 작물이라도 토양과 기후, 일조량, 바람의 방향에 따라 성장 과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감자와 양파, 수박, 참외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면서도 매년 환경 변화에 맞춰 재배 방식을 조금씩 조정하고 있다. 계절에 따른 생육 상태를 기록하고 관리 방법을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신만의 재배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대량 생산보다 품질과 경험을 중시하는 농장 운영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농산물을 넘어 체험과 휴식을 함께 제공하는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
박석용 농부는 앞으로 농장을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니라 자연 체험과 휴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발전시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숙박과 휴식이 가능한 공간을 조성하고, 방문객들이 직접 농작물을 심고 수확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고 농사의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자연과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옥서저수지를 내려다보는 산자락의 자연환경 역시 이러한 체험의 가치를 더해주는 요소다. 계절마다 변화하는 풍경 속에서 산책과 휴식을 즐기고,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맛보는 경험은 도시 생활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시간이 될 수 있다.
농업의 가치와 지역의 가능성을 함께 키우는 공간을 지향한다.
박석용 농부는 농업이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을 넘어 사람과 자연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도시민들이 농촌을 찾아 직접 흙을 만지고 자연을 경험하는 과정은 농촌과 도시가 함께 소통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앞으로 보령 실험실습 농장을 지역 농업과 체험 관광이 함께 성장하는 공간으로 발전시키고, 누구나 자연 속에서 배우고 쉬어갈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박석용 농부는 말한다. “서울의 안락한 침대 위에 누워있을 때는 내가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거친 남포 산꼭대기에서 지게를 지고 땀을 흘릴 때, 비로소 내 인생의 진짜 주인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이 위대한 경험의 장을 누구나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농촌이 가진 자원과 자연환경, 그리고 사람의 경험이 함께 어우러질 때 새로운 지역 가치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결국 박석용 농부가 선택한 두 번째 인생은 농사를 넘어 사람과 자연을 잇는 실험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직접 흙을 일구며 쌓은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농촌에서만 누릴 수 있는 여유와 배움의 시간을 제공하는 것. 보령 남포면 산자락에서 이어지고 있는 그의 도전은 지역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농촌 체험 확대와 지역 관광 활성화는 물론 도시민과 농촌을 연결하는 새로운 체험형 농업 모델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령 실험실습 농장은 농산물 생산을 넘어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체험 공간으로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농업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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