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한정찬] (시) 산하 목가(山河 牧歌)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시인 한정찬의 "산하 목가(山河 牧歌)"



산하 목가(山河 牧歌)

 

 

산새가 놓친
한 음절이

콩콩 콩
가지 사이를 건넌다.

 

가벼운 것은
가벼워진 채

마른 나뭇가지처럼
오래 흔들린다.

 

빈자리를 보면
지나간 것이

떨어진 흔적으로
먼저 보인다.

 

가을은

느릿느릿 왔다가
풀벌레의 소리만 남기고
조금씩 멀리멀리

사라진다.

 

잎 하나
빛 하나

바람 하나

기울기 하나
오전 오후 각각 하나

그리고 밤(夜) 하나.

 

사라진 것들은
사라지면서
더 오랫동안

긴 여운을 남긴다.

 

하늘이 높아질수록

땅은 점점 더 낮아지고
물은 날쌔게 흥행한

그 이름을 낮춰 버린다.

 

구름

물

햇빛

바람

비스듬한
흐름
젖음.

 

마침내

화음和音으로
내내 산하에 맴돌고 있다.

 

계절보다 더 오래
삶보다 더 멀리멀리.

 

나무 사이
접힌 악보처럼
그리움에 지친

한 음절이

걸려 있다.

 

그리워하면

그리워할수록
귀에 익은 목소리는

먼저 돌아와
내 자판에 앉는다.

 

사람들은
각자 무엇이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지그시 눈을 감는다.

 

누구의 목소리였는지

아직
말하지 않고.



한정찬

□ (사)한국공무원문학협회 고문, (사)한국문인협회원, (사)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외

□ 시집 발간  ‘한 줄기 바람(1988)외 29권, 한정찬시전집 2권, 한정찬시선집 1권’ 외

 

작성 2026.09.25 11:15 수정 2026.09.25 11:33

RSS피드 기사제공처 : 한국공공정책신문 / 등록기자: 김유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