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라이브커머스 시장에서 AI 디지털 휴먼을 활용한 24시간 방송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국 중소기업이 중국 시장을 바라볼 때도 이제는 중국 현지 인력과 유통망뿐 아니라 AI 아바타를 활용한 상시 판매·소통 구조를 사업전략의 하나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중국 시장을 다시 봐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중소기업이 오랫동안 부딪힌 문제 가운데 하나는 현지 운영 비용이다. 상품을 중국 소비자에게 알리려면 중국어 콘텐츠를 만들고, 현지 플랫폼에 계정을 운영하고, 고객 문의에 대응하고,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사람이 필요했다. 특히 라이브커머스는 사람이 직접 방송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방송 시간에는 진행자가 필요하고, 방송을 늘리려면 인력을 더 투입해야 했다. 밤이나 새벽 시간까지 방송을 이어가는 것은 비용과 인력 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컸다.

그런데 이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중국 신문보도 자료에 따르면 2026년 3분기 중국 주요 라이브 플랫폼에서 AI 디지털 휴먼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약 18% 수준으로 보도되고 있다. 도우인(抖音), 징둥(京东), 콰이쇼우(快手) 등 주요 플랫폼에서 AI를 활용한 방송이 확산하면서 라이브커머스의 운영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요한 것은 AI 아바타가 인간 진행자를 완전히 대체하느냐가 아니다. 사람이 해야 할 일과 AI가 맡을 일을 나누는 방식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하루 6시간의 중국 시장과 24시간의 중국 시장은 다르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라이브커머스의 가장 큰 변화는 시간이다. 인간 진행자가 중심인 방송은 방송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된다. 교대 인력을 투입하지 않는다면 24시간 운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반면 AI 디지털 휴먼은 반복적인 상품 설명이나 기본적인 질문 응답을 자동화할 수 있다.
중국 신문보도 자료에서는 AI 아바타 도입 이후 심야 시간대의 거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는 수치를 제시한다. 보도 자료상 심야 GMV 비중은 기존 약 10% 수준에서 AI 방송 도입 이후 39%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가 모든 중국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조사 범위와 표본, 산정 방식에 대한 좀 더 세부적인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방향성은 분명하다.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 소비자가 구매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판매 채널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중소기업에는 이 변화가 특히 중요하다. 대기업은 중국 현지 법인과 마케팅 조직을 구축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중국 소비자가 활동하는 모든 시간대에 사람을 배치하기 어렵다. AI 아바타는 이런 규모의 차이를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비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입 방식’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AI 아바타를 주목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비용이다. 중국 신문보도 자료에서는 실시간 렌더링 처리 비용이 2024년 분당 18위안에서 2026년 3.2위안으로 낮아졌고, 일부 SaaS형 서비스의 월 이용료도 150~200위안 수준으로 제시한다.
이 역시 서비스별 조건과 사용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기업이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다만 기술 비용이 낮아지면서 AI 방송이 대기업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에서 중소상공인도 시험해볼 수 있는 도구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변화는 중국 시장 진입 전략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는 중국에 상품을 판매하려면 먼저 유통망을 확보하고, 현지 파트너를 찾고, 인력을 배치한 뒤 대규모 마케팅을 시작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앞으로는 조금 다른 접근도 가능하다. 작게 상품을 테스트하고, AI 아바타로 중국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소비자의 반응과 판매 데이터를 확인한 뒤 투자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한국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 진출의 첫 단계를 ‘대규모 투자’가 아니라 ‘작은 시장 검증’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AI 아바타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즉 한국 기업이 중국 플랫폼의 AI 방송을 그대로 복제하면 된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AI 아바타의 가장 큰 장점은 반복 업무와 시간의 제약을 줄이는 데 있다. 반대로 브랜드 신뢰를 구축하고 복잡한 고객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까지 AI에게 전부 맡기는 것은 다른 문제다.
따라서 현실적인 모델은 인간과 AI의 역할 분담에 가깝다. 사람은 브랜드 전략과 콘텐츠 기획, 핵심 고객 대응, 복잡한 문의, 중요한 판매 시간대의 방송을 맡는다. AI 아바타는 상품의 기본 설명, 반복적인 질문 응답, 심야 방송, 다국어 콘텐츠와 같은 반복 업무를 담당한다. 중국 시장에서 경쟁하려는 한국 중소기업이라면 이 구조를 하나의 실험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할 상품이 있다면 다음 질문부터 던져볼 수 있다.
‘우리 상품 설명 가운데 AI가 반복해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
‘중국 소비자가 주로 활동하는 시간대 가운데 우리가 놓치고 있는 시간은 언제인가.’
‘중국어로 상품을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는 AI 아바타를 활용하면 기존 인력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
‘AI 방송을 통해 확보한 소비자 반응 데이터를 실제 상품 개선과 마케팅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 자체가 중국 시장 진출 전략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한국 중소기업에 필요한 것은 ‘AI 방송’보다 ‘AI 운영체계’다. 즉 AI 아바타를 도입한다고 중국 시장에서 곧바로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중국 시장에서는 플랫폼별 규정, AI 생성 콘텐츠 표시, 개인정보, 저작권, 광고와 판매 관련 규정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중국 신문보도 자료에서도 일부 플랫폼이 AI 생성 콘텐츠임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AI 아바타를 활용하려면 단순히 ‘가상 인간을 하나 만든다’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품 정보가 정리돼 있어야 하고, 중국어 상품 설명이 필요하다. 고객 문의에 답할 기준도 만들어야 한다. 가격과 배송, 교환·환불, 인증과 통관 등 실제 구매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도 갖춰야 한다.
결국 AI 아바타는 하나의 콘텐츠 제작 도구가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 상품 정보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운영 시스템의 일부로 봐야 한다.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더 중요한 것은 이 시스템을 얼마나 작게 시작할 수 있느냐이다. 상품 하나를 선정하고, 중국어 콘텐츠를 만들고, AI 아바타로 일정 시간 방송한 뒤 실제 조회·댓글·문의·판매 데이터를 확인하는 방식부터 시작할 수 있다. 데이터가 쌓이면 방송 시간과 콘텐츠를 조정하고, 반응이 확인된 상품에 투자를 늘리는 식이다.
중국 시장의 다음 경쟁은 ‘누가 더 오래 설명할 수 있는가’일지도 모르겠다. 중국의 AI 라이브커머스 확산이 한국 기업에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중국 시장에서는 이제 ‘현지에 사람이 있느냐’만큼 ‘현지 소비자에게 얼마나 지속적으로 말을 걸 수 있느냐’가 중요해질 수 있다. AI 아바타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면 한국 중소기업도 중국 시장에서 과거보다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실험을 할 수 있다. 물론 AI가 사람을 대신한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여전히 사람이고,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도 결국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다. AI는 그 과정을 확장하는 도구에 가깝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AI 디지털 휴먼이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을 단순한 중국의 기술 유행으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 한국 중소기업 경영인에게 필요한 것은 중국 기업을 그대로 따라가는 일이 아니다. 중국 소비자에게 상품을 알리고 판매하는 기존 방식을 AI를 활용해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지 고민하는 일이다.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AI 아바타를 하나의 선택지로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
중국 시장에서 AI 아바타는 아직 모든 기업의 필수 도구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한 번 시험해볼 가치가 있는 시장 진입 도구로는 충분히 검토할 시점이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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