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가 중거리 및 단거리 방공체계 도입을 승인하면서 한국형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인 **천궁-II(M-SAM II)**의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동을 중심으로 수출 실적을 확대해 온 한국 방공무기 체계가 동남아시아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사업은 말레이시아의 방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력 현대화 계획의 일환이다. 특히 중거리 방공체계 도입 사업에는 한국의 천궁-II를 비롯해 미국·노르웨이의 NASAMS, 독일의 IRIS-T, 튀르키예의 HISAR, 중국의 Sky Dragon 100 등이 주요 경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도입 승인과 특정 무기체계의 최종 선정은 구분해야 한다. 현재 단계에서 천궁-II의 수출이 확정됐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향후 말레이시아의 요구 성능과 예산, 사업 일정, 현지 협력 조건 등에 따라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약 6,200억원 규모 사업…중거리 방공체계 2개 포대 도입 추진
제시된 사업 정보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중거리 방공체계 도입 규모는 약 19억 링깃, 한화 약 6,200억원이다. 도입 계획은 중거리 방공체계 2개 포대를 중심으로 추진되며, 계약 시점은 2027년이 유력한 전망으로 거론된다. 중거리 방공체계는 전투기와 각종 공중 위협으로부터 주요 군사시설과 국가 핵심 기반시설을 방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거리 방공체계와 연계하면 저고도부터 중고도까지 다층 방공망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말레이시아가 중·단거리 방공체계 도입을 함께 추진한다는 점은 개별 무기체계 구매를 넘어 국가 방공망 전반의 현대화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중거리 사업과 단거리 사업의 구체적인 예산 배분 및 계약 일정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천궁-II, 성능·가격·현지화가 수주 경쟁 좌우
천궁-II는 항공기와 미사일 등 공중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형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다. 한국 방산업계가 축적한 체계통합 및 유도무기 기술을 기반으로 수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이번 사업에서 천궁-II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려면 요격 성능뿐 아니라 운용·유지 비용, 기존 방공체계와의 연동성, 교육훈련 및 후속 군수지원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경쟁 후보들도 각기 다른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NASAMS는 네트워크 기반 방공 운용 능력, IRIS-T 계열은 요격체계의 성능과 통합 운용 경험, HISAR는 튀르키예의 방산 현지화 전략과 연계해 경쟁할 수 있다. 중국의 Sky Dragon 100 역시 가격과 공급 조건 등을 앞세울 가능성이 있다. 결국 말레이시아가 어떤 작전 요구조건을 우선시하는지가 핵심이다. 초기 구매가격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유지비용과 탄약 재고 확보, 기술지원, 현지 산업 참여 조건까지 포함한 총사업비 관점의 경쟁이 예상된다.
LIG D&A 중심으로 국내 방산 공급망 수혜 기대
천궁-II가 최종 후보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계약까지 성사된다면 국내 방산업계에도 수혜가 기대된다. LIG D&A는 체계종합과 요격미사일 분야의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한화시스템은 다기능 레이더 분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대 등 관련 장비 분야에서 국내 방공체계 공급망과 연결돼 있다. 다만 실제 말레이시아 수출사업에서 각 기업이 담당할 구체적인 품목과 계약 규모, 참여 범위는 최종 체계 선정 및 수출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LIG D&A가 지난 4월 말레이시아와 약 1,400억원 규모의 해궁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해궁은 함정 방어용 유도무기 체계로, 천궁-II와는 임무와 운용 환경이 다르다. 따라서 해궁 계약이 천궁-II 수주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말레이시아와 한국 방산업계 간 협력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중동 넘어 동남아로…수출시장 다변화 시험대
이번 사업의 전략적 의미는 단순한 수출액을 넘어선다. 한국 방산업계가 중동 중심의 방공체계 수출 기반을 동남아시아로 확대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공중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과 주요 시설 방호 역량을 강화할 경우, 방공체계뿐 아니라 레이더와 지휘통제, 요격미사일, 발사대 및 군수지원 분야에서도 연계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 확대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방공체계 사업은 성능과 가격 외에도 외교·안보 관계, 금융지원, 현지 생산 및 기술협력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경쟁국들이 정부 간 협력과 산업 참여 조건을 결합해 제안할 경우 한국 측도 종합적인 수출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 이번 사업에서는 최종 후보 선정 여부, 구체적인 획득 예산, 계약 일정, 현지 산업 참여 조건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말레이시아의 방공망 도입 승인은 천궁-II 수출의 확정 신호가 아니라, 한국 방산업계가 새로운 시장에서 경쟁력을 검증받을 기회다. 2027년 계약 추진이 현실화하고 천궁-II가 최종 선정될 경우, 이는 한국형 방공체계의 동남아 시장 확대와 국내 방산 공급망의 추가 수출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