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리랑카 RAM 2.0 도입, 개발도상국 AI 시장의 제도 경쟁 신호
인공지능(AI) 기업이 해외 시장에 들어갈 때 가장 먼저 따지는 항목은 대개 인건비, 데이터 접근성, 클라우드 비용, 규제 강도다. 그런데 2026년 10월 스리랑카가 유네스코(UNESCO)의 AI 윤리 권고 이행을 위한 준비도 평가 방법론(Readiness Assessment Methodology, RAM) 2.0을 도입하면서 이 계산식에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윤리와 거버넌스가 선언문이 아니라 시장 진입 조건으로 전환되는 흐름이다.
AI 사업자는 이제 모델 성능과 가격만으로 해외 정부·공공·금융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어려운 환경을 맞고 있다. 유네스코 남아시아 지역사무소는 2026년 10월 22일 스리랑카 디지털 경제부와 협력하여 RAM 2.0 착수를 공식 발표했다.
핵심은 단순한 정책 점검이 아니다. 스리랑카가 국가 차원에서 AI 생태계의 강점·약점·우선순위를 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실질적 권고안을 담은 보고서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산업 관점에서 이 조치는 스리랑카 시장에 진입하려는 AI 솔루션 기업, 클라우드 사업자, 데이터 분석 업체, 공공 디지털 전환 컨설팅 기업에 규칙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준수 비용을 부과한다.
RAM 2.0은 유네스코 AI 윤리 권고를 회원국 정책으로 옮기기 위한 평가 도구다. 유네스코 자료에 따르면 2026년 8월 기준 이 방법론은 75개 이상 회원국에 배포됐고, 인도·방글라데시·몰디브를 포함한 60개국에서 평가가 완료됐다.
75개 이상 배포, 60개국 평가 완료라는 수치는 이 도구가 일부 선진국의 규제 실험에 머물지 않고 남아시아와 개발도상국 정책 설계 안으로 이미 들어갔다는 뜻이다. AI 수출 기업에는 한 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만 살피는 방식이 더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열린 셈이다.
스리랑카 사례가 산업적으로 의미 있는 이유는 참여 구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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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국가 운영 위원회는 디지털 경제부 차관이 의장을 맡고, 유네스코 관계자, 정부 기관, 스리랑카 유네스코 국립위원회, 민간 부문 리더, 학계 전문가, 시민 사회, 유엔개발계획(UNDP) 시트라 랩(Citra Lab) 대표 등으로 구성됐다. 이는 규제 당국이 단독으로 AI 원칙을 작성하는 방식과 다르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책 형성 단계에 민간 부문의 의견 통로가 생기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시민 사회와 학계가 검증하는 윤리 기준을 우회하기 어렵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번 평가는 콜롬보, 자프나, 칸디, 바티칼로아, 갈레 등 전국 단위 이해관계자 협의를 포함한다. 수도권 중심의 기술 정책이 아니라 지역별 산업·교육·행정 격차를 반영하겠다는 설계다.
AI 서비스 기업이 이 대목을 가볍게 보면 위험하다. 지역 언어, 공공 접근성, 데이터 대표성, 행정 자동화의 책임 소재 같은 문제가 평가 보고서에 담길 경우, 향후 공공 조달과 파트너십 계약서에 기술적 설명 가능성, 인간 감독, 편향 관리 조항이 들어갈 여지가 커진다.
유네스코 AI 윤리 권고는 2021년 11월 193개 회원국이 채택한 최초의 글로벌 AI 윤리 표준 문서다. 이 문서는 인권과 인간 존엄성 존중을 핵심 가치로 삼고, 투명성, 공정성, 환경 지속 가능성, 인간 감독 등을 주요 원칙으로 제시한다.
2021년 채택 당시에는 국제기구 문서가 기업 현장의 매출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RAM이 75개 이상 국가로 확산되고 60개국 평가 완료라는 이력을 쌓으면서, 권고는 각국 정부가 AI 사업자를 평가하는 체크리스트로 변환되기 시작했다.
윤리 평가가 조달·투자·파트너십의 새 기준으로 이동
비즈니스 관점에서 가장 큰 변화는 AI 윤리가 비용 항목에서 신뢰 인프라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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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윤리 검토를 법무팀의 사후 확인 절차로 처리해 왔지만, 국가 단위 RAM 평가는 기획 단계의 설계 문서, 데이터 출처, 위험 관리 체계까지 요구할 수 있다. 공식 자료에 스리랑카의 구체적 조달 기준이나 예산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평가 결과가 권고 보고서로 이어진다는 점은 정부 디지털 사업의 요구사항이 성능·가격 중심에서 책임성·포괄성 중심으로 넓어질 수 있음을 뜻한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한국 기업에는 두 갈래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첫째, 스리랑카와 같은 개발도상국 AI 시장을 단순한 저비용 납품처로 볼 수 없게 됐다.
유네스코 기준을 받아들이는 국가는 국제개발 협력, 공공 행정 현대화, 교육·보건 데이터 사업에서 윤리 기준을 계약 조건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둘째, 한국 정부와 기업이 동남아·남아시아 디지털 전환 사업에 참여할 때 현지 RAM 결과를 참고한 맞춤형 거버넌스 패키지를 함께 제시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 판단은 원천 자료가 아닌 편집부의 분석이며, 개별 기업의 수주 가능성이나 매출 전망은 공식 계약·발주 문서로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반론도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AI 윤리 평가는 행정 문서만 늘리고 실제 산업 성장을 늦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스타트업과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에는 평가 대응 인력이 부족하고, 원칙 중심 문서가 현장 개발 속도를 낮출 수 있다. 이 지적은 현실적이다.
그러나 이 반론이 놓치는 대목은 국제기구 기반 평가가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규칙이 없는 시장에서는 대형 발주처의 요구가 프로젝트마다 바뀌고, 기업은 계약 직전까지 데이터 처리와 책임 범위를 재협상해야 한다. 표준화된 평가 틀이 있으면 준수 비용은 생기지만, 장기 계약과 금융 조달에서 예측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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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분석에 따르면, 투자자 관점에서도 RAM 2.0은 단기 뉴스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 AI 기업의 해외 매출은 모델 성능, 현지 파트너, 클라우드 인프라에 좌우되지만 공공 부문에서는 정책 적합성이 수주 가능성을 가른다.
스리랑카가 초기 국가 중 하나로 RAM 2.0을 적용했다는 사실은 다른 국가도 유사한 절차를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확인된 범위는 유네스코의 75개 이상 배포와 60개국 평가 완료까지다. 이 범위를 넘어 개별 국가의 의무화 일정이나 조달 규정 변경은 현재까지 공식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산업 생태계에는 새로운 중간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AI 모델을 직접 만드는 기업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 거버넌스 컨설팅, 알고리즘 영향 평가, 모델 감사, 설명 가능성 문서화, 공공 부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현지 프로젝트에서 역할을 넓힐 수 있다. 한국의 시스템통합(SI) 기업과 클라우드 관리 사업자는 이런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단순 구축 단가를 낮추는 전략보다, 유네스코 권고 원칙에 맞춘 위험 관리 문서와 운영 절차를 묶어 제안하는 방식이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한국 기업도 해외 AI 사업에서 거버넌스 비용 계산해야
유네스코 발표 자료에서 스리랑카 정부가 AI와 윤리적 사용을 우선순위로 강조했다는 설명은 정치적 구호보다 산업 설계의 단서로 읽어야 한다. 국가 운영 위원회가 민간 부문과 시민 사회를 함께 포함한 점은 향후 AI 정책이 산업 진흥과 사회적 수용성의 균형을 제도 안에서 다루겠다는 뜻이다. 기업이 이 구조를 규제 부담으로만 해석하면 대응이 늦다.
제도 형성 초기에 참여해 데이터 활용 원칙, 평가 기준, 기술 문서 형식에 대한 의견을 내는 기업이 향후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AI 정책에도 이 사례는 직접적인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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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대규모 언어모델,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 경쟁력을 강조하지만, 해외 공공 시장에서는 기술 주권 담론보다 현지 신뢰 구축이 먼저 작동한다. 스리랑카처럼 국제 표준을 빌려 제도 기반을 세우는 국가는 특정 기업의 브랜드보다 설명 가능한 운영 체계를 요구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이 아시아 AI 시장에서 장기 매출을 만들려면 제품 제안서에 성능 지표만 넣을 것이 아니라 인간 감독, 편향 완화, 환경 지속 가능성, 지역 이해관계자 협의 계획을 함께 담아야 한다.
이번 발표의 가치는 스리랑카 한 나라의 정책 행사에 머물지 않는다. RAM 2.0은 AI 윤리를 각국의 행정 언어로 번역하고, 그 행정 언어는 조달 문서와 투자 심사 항목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크다. 산업은 규칙이 바뀌는 지점에서 재편됐다.
AI 기업의 경쟁력은 빠른 모델 출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해외 시장에서 누가 신뢰를 문서화하고, 누가 윤리 기준을 비용이 아니라 매출을 여는 인프라로 전환하느냐가 향후 공공 부문 수주의 핵심 변수가 된다. ※ 이 기사는 유네스코(UNESCO) 남아시아 지역사무소의 2026년 10월 22일 발표 자료 및 2026년 8월 기준 RAM 배포 현황 보고서를 참조하여 작성하였다.
원천 자료에 없는 산업 분석 및 전략적 판단은 편집부 분석임을 명시한다.
FAQ
Q. 스리랑카 RAM 2.0 도입이 한국 AI 기업에 직접 영향을 주는가?
A. 현재 유네스코 자료에서 한국 기업을 특정한 조항이나 의무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스리랑카가 RAM 2.0 평가를 통해 AI 생태계 권고 보고서를 생산하면 공공 디지털 사업의 요구사항이 윤리·책임성 기준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유네스코 자료 기준으로 RAM은 2026년 8월 현재 75개 이상 국가에 배포되어 있어, 스리랑카만의 고립된 사례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이 스리랑카 또는 유사한 개발도상국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면 기술 제안서 단계에서 데이터 출처, 인간 감독, 편향 관리 체계를 설명하는 준비를 갖추는 것이 실질적인 대응이다.
Q. RAM 2.0은 법적 규제와 어떻게 다른가?
A. RAM 2.0은 유네스코 AI 윤리 권고의 국가 이행을 돕는 평가 방법론이며, 이번 자료만으로 스리랑카에서 곧바로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차이는 강제력보다 정책 설계 기능에 있다. 평가 결과가 보고서와 권고안으로 이어지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조달 기준, 교육 프로그램, 데이터 정책을 만들 때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법률 시행 이후에 움직이기보다 평가 단계에서 요구될 문서와 내부 절차를 미리 정비하는 편이 기업의 준수 비용을 장기적으로 낮추는 데 유리하다. 스리랑카가 RAM 2.0을 적용하는 초기 국가 중 하나라는 점은, 향후 유사한 절차가 다른 국가로 확산될 경우 선제 대응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Q. 투자자는 이 흐름에서 어떤 기업을 봐야 하는가?
A. 투자 관점에서는 모델 개발사만 살필 것이 아니라 AI 거버넌스, 데이터 관리, 모델 감사, 공공 부문 컨설팅 역량을 갖춘 기업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유네스코가 2026년 8월 기준 75개 이상 회원국에 RAM을 배포했고 60개국에서 평가를 완료했다는 사실은 윤리 평가 수요가 여러 국가의 정책 절차 안으로 들어갔다는 근거다. 다만 개별 기업의 수주 가능성이나 매출 증가는 공식 계약과 발주 문서로 확인해야 하며, RAM 확산을 단순 테마성 재료로만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실제 사업 포트폴리오와 해외 공공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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