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장맛비가 며칠째 계속 내리네
우산 쓰고 안마당을 둘러보니
능소화 꽃송이는 바닥에 나뒹굴고
마당은 무성한 풀들로 덮였구나
나도 몰래 한 손으로 풀을 뽑자니
어느새 온몸이 빗물에 흠뻑 젖어
우산을 팽개치고 온몸으로 달려든다
젖은 땅의 풀들은 술술 잘도 뽑히는데
한쪽엔 벌써 코스모스가 피어 있네
어차피 젖은 몸 밭 자락을 돌아보니
상추는 웃자라 빗줄기에 짓이겨지고
가지와 오이들은 주렁주렁 매달려서
계속된 빗속에서도 검붉게 늙어가고
호박넝쿨 아래는 호박들이 널렸구나
비가 오면 벌 나비가 날지를 못하니
이미 수정된 열매들만 크게 자라는데
씨가 들면 그 줄기는 씨를 영그느라
열매는 더 크질 않고 떡잎이 진다네
모든 밭작물은 제때 거둬야만 하고
수확량이 많으면 소금에 절여 두거나
말려서 묵나물을 만들면 좋으련만
장마철 빗속에서 말릴 수는 없겠구나

[이장영]
시인
칼럼니스트
일어통역사
부동산개발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