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산재 신청, 회사의 허락이 필요할까? [이병욱 행정사의 산재보상 이야기]

산재보험에 관한 오해를 바로잡고 근로자·유족·사업주에게 실질적인 권리구제 정보를 제공

 

산재 신청, 회사의 허락이 필요할까?

 

“사장님이 산재 신청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회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산재를 신청할 수 없나요?” 산재 상담을 하다 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다. 업무 중 다쳤음에도 회사와의 관계가 불편해질까 걱정해 신청을 망설이는 근로자가 적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산재보험급여를 신청하는 데 회사의 허락이나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근로자는 회사가 반대하더라도 근로복지공단에 직접 요양급여 신청을 할 수 있다. 산재보험은 회사가 임의로 제공하는 복지가 아니라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보험이기 때문이다.

 

산재 여부는 회사가 결정하지 않는다

산재로 인정할지를 판단하는 기관은 회사가 아니라 근로복지공단이다. 공단은 사고가 언제, 어디에서, 어떤 업무를 하던 중 발생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사고와 업무 사이의 관련성을 살핀다. 회사가 사고경위를 인정하지 않거나 산재 신청에 반대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신청 자체가 막히거나 곧바로 불승인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제조공장에서 기계를 조작하던 근로자가 손가락을 다쳤는데 회사가 “산재로 처리하면 회사에 불이익이 생긴다”며 신청을 만류했다고 하자. 이 경우에도 근로자는 업무상 사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받기 위해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다.

 

회사가 반대할수록 객관적인 자료가 중요하다

다만 ‘회사 허락이 필요 없다’는 말이 ‘회사 자료도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출퇴근기록, 작업일지, 업무지시 내용, 사고보고서 등 회사가 보유한 자료는 사고경위 확인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회사가 사고 자체를 부인한다면 객관적인 자료를 가능한 한 빨리 확보해야 한다.

사고 당시의 CCTV, 현장사진, 목격자 진술, 업무 관련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 병원 초진기록 등이 대표적이다. 재해경위서에는 언제·어디서·누구의 지시로·무슨 일을 하다가·어떻게 다쳤는지를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 좋다. 사고 직후의 진료기록과 당시 설명이 서로 어긋나지 않도록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회사와의 갈등보다 권리 확인이 먼저다

물론 산재 신청이 근로자의 권리라고 해서 회사와 불필요한 갈등을 키울 이유는 없다. 가능한 경우 사고 사실과 치료 상황을 알리고 필요한 자료의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회사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신청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실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질문은 “회사가 허락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업무를 하다가, 어떤 경위로 다쳤는가”이다. 산재 인정의 핵심은 회사의 찬반이 아니라 업무와 재해 사이의 관련성이다. 사고 직후부터 사실관계와 증거를 충실히 정리하는 것이 권리구제의 출발점이다.

 

※ 관련 법령: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등.

 

필자 | 이병욱 행정사 · 『산재보상실무마스터』 저자

작성 2026.10.21 19:27 수정 2026.10.2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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